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베트남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

~Wonderful World 2017. 9. 3. 08:54

베트남 
-비스와바 쉼보르스카(1923~2012)

 


 

 

 
여인이여, 그대 이름은 무엇이냐? -몰라요.

어디서 태어났으며, 어디 출신인가? -몰라요.
왜 땅굴을 팠지? -몰라요.
언제부터 여기에 숨어 있었나? -몰라요.
우리가 당신에게 절대로 해로운 짓을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아는가? -몰라요.
당신은 누구 편이지? -몰라요.
지금은 전쟁 중이므로 어느 편이든 선택해야만 한다. -몰라요.
당신의 마을은 아직 존재하는가? -몰라요.
이 아이들이 당신 아이들인가? -네, 맞아요.  
 
 
이때 ‘베트남’이란 말은 한 국가의 이름이 아니라 폭력에 의해 희생당하는 세상의 모든 약자의 은유가 된다. “여인이여”라는 호명은 젠더는 성(性)이 아니라 권력관계 속에서 규정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사나 이데올로기 따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이 연약한 여인이 아는 것은 단 하나 사랑하는 아이들뿐. 생명! 불안의 세기(世紀) 아래 모든 마음이 그러하다. 
 
<김승희·시인·서강대 국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