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nderful World 2017. 11. 7. 16:12
그렇게
-김명수(1945~ )
 
시아침 11/6


꽃은 여러 송이이면서도 한 송이
한 송이이면서도 여러 송이
나무도 여러 그루이면서도 한 그루
한 그루이면서도 여러 그루
내가 너에게 다가가는 모습
한결같이
네가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 
한결같이
향기와 푸름과
영원함은 그렇게
꽃은 여러 송이이면서도 한 송이
한 송이이면서도 여러 송이
나무도 여러 그루이면서도 한 그루
한 그루이면서도 여러 그루
 
마치 불교의 게송(揭頌) 같은 느낌을 주는 시다. 개인과 집단, 혹은 나와 너의 관계는 이렇듯 떨어져 있으면서도 붙어 있고, 붙어 있으면서도 떨어져 결국은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한다. 그래야만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원만구족(圓滿具足)의 세상을 이뤄 낼 수 있을 것이다. 가만히 소리 내어 읽으면 시의 안쪽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도 여러 사람이면서도 한 사람, 한 사람이면서도 여러 사람.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