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김종삼(1921~1984 )
~Wonderful World
2018. 2. 7. 10:11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종삼(1921~1984 )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시가 뭐냐는 물음에 모른다고 대답한 화자는 고심에 빠져 여러 곳을 오래 배회한다. 그러다가는 이렇게 말한다. 고생스런 나날에 찌들지 않고 순하고 인정스레 사는 사람들이 시인이라고. 시는 바로 이 ‘고귀한’ 이들의 마음을 대신 적은 것이라고. 순진할 정도로 솔직한 이 목소리는 이상스레 뭉클하다. 선량이 결국 가장 깊은 지혜일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순진 말고 무엇이 시일까.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김종삼(1921~1984 )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시가 뭐냐고
나는 시인이 못 됨으로 잘 모른다고 대답하였다.
무교동과 종로와 명동과 남산과
서울역 앞을 걸었다.
저녁녘 남대문시장 안에서
빈대떡을 먹을 때 생각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엄청난 고생 되어도
순하고 명랑하고 맘 좋고 인정이
있으므로 슬기롭게 사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알파이고
고귀한 인류이고
영원한 광명이고
다름 아닌 시인이라고.
시가 뭐냐는 물음에 모른다고 대답한 화자는 고심에 빠져 여러 곳을 오래 배회한다. 그러다가는 이렇게 말한다. 고생스런 나날에 찌들지 않고 순하고 인정스레 사는 사람들이 시인이라고. 시는 바로 이 ‘고귀한’ 이들의 마음을 대신 적은 것이라고. 순진할 정도로 솔직한 이 목소리는 이상스레 뭉클하다. 선량이 결국 가장 깊은 지혜일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순진 말고 무엇이 시일까.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