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국화에게 미안하다-안상학(1962~ )
~Wonderful World
2018. 2. 19. 21:04
국화에게 미안하다
-안상학(1962~ )
어쩌다 침을 뱉다가
국화꽃에게 그만
미안하고 미안해서
닦아주고 한참을 쓰다듬다가 그만
그동안
죄 없이 내 침을 뒤집어 쓴
개똥, 말똥, 소똥에게 미안해서 그만
국화꽃에게서 닦아낸 침을
내 가슴에도 묻혀 보았더니 그만
국화 향기가
국화 향기가 그만
‘그만’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란 뜻의 부사다. 이 시는 국화꽃에 침을 뱉은 게 미안해서 그걸 닦아 주다가 가슴에 묻혔더니 국화 향기가 났다는 단순한 사실을, 그러나 단순치 않은 마음을 적고 있다. 인간의 횡포를 은혜로 갚는 꽃의 생리는 은은한 감동을 준다. 제 실수에 놀라 정신없이 허둥지둥하다가는 침에 묻은 꽃향기에 바보처럼 취하는 동안, 한 편의 시가 태어났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 ‘그만’은 아름답고 뭉클한 말이다. 시인은 늘 미안해야 한다.
<이영광 시인·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안상학(1962~ )
어쩌다 침을 뱉다가
국화꽃에게 그만
미안하고 미안해서
닦아주고 한참을 쓰다듬다가 그만
그동안
죄 없이 내 침을 뒤집어 쓴
개똥, 말똥, 소똥에게 미안해서 그만
국화꽃에게서 닦아낸 침을
내 가슴에도 묻혀 보았더니 그만
국화 향기가
국화 향기가 그만
‘그만’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란 뜻의 부사다. 이 시는 국화꽃에 침을 뱉은 게 미안해서 그걸 닦아 주다가 가슴에 묻혔더니 국화 향기가 났다는 단순한 사실을, 그러나 단순치 않은 마음을 적고 있다. 인간의 횡포를 은혜로 갚는 꽃의 생리는 은은한 감동을 준다. 제 실수에 놀라 정신없이 허둥지둥하다가는 침에 묻은 꽃향기에 바보처럼 취하는 동안, 한 편의 시가 태어났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만…. ‘그만’은 아름답고 뭉클한 말이다. 시인은 늘 미안해야 한다.
<이영광 시인· 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