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들꽃 언덕에서-유안진(1941~)
~Wonderful World
2018. 3. 1. 21:00
들꽃 언덕에서
-유안진(1941∼ )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저 언덕에 하느님이 계실까. 알 수 없지만, 하느님을 한 번 생각해보는 것만으로 사람의 마음과 삶은 달라진다. ‘값비싼’ 걸 소유한 상태를 곱씹어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가격(price)을 가치(value)보다 더 높은 데 두지만, 최상의 것은 원래 값이 없다(priceless). 아무도 가지려 하지 않는 ‘값없는’ 들꽃들 속에 신이 살고 있다. 하늘의 척도는 인간의 척도와 다름을 알았다고 시인은 말하지만, 아마도 이런 생각을 말미에 숨겨두었을 것이다. 이 두 척도는 종국에 다른 것이 아니라고. 달라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유안진(1941∼ )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값비싼 화초는 사람이 키우고
값없는 들꽃은 하느님이 키우시는 것을
그래서 들꽃 향기는 하늘의 향기인 것을
그래서 하늘의 눈금과 땅의 눈금은
언제나 다르고 달라야 한다는 것도
들꽃 언덕에서 알았다.
저 언덕에 하느님이 계실까. 알 수 없지만, 하느님을 한 번 생각해보는 것만으로 사람의 마음과 삶은 달라진다. ‘값비싼’ 걸 소유한 상태를 곱씹어보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가격(price)을 가치(value)보다 더 높은 데 두지만, 최상의 것은 원래 값이 없다(priceless). 아무도 가지려 하지 않는 ‘값없는’ 들꽃들 속에 신이 살고 있다. 하늘의 척도는 인간의 척도와 다름을 알았다고 시인은 말하지만, 아마도 이런 생각을 말미에 숨겨두었을 것이다. 이 두 척도는 종국에 다른 것이 아니라고. 달라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