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엄마와 곤란-박후기(1968~)
~Wonderful World
2018. 4. 10. 22:04
엄마와 곤란
- 박후기(1968~ )
시아침 4/10
엄마가 나를 낳을 때의 고통을
나는 모른다
나를 낳은 후의 기쁨도
나는 모른다
아픈 나를 바라보던
엄마의 고통을 나는 모른다
내가 퇴원해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울다가 웃던 엄마의 기쁨을 나는 모른다
나는 언제나
엄마의 고통이거나 기쁨이었으나,
시간이 흘러
엄마가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나는 그것을
아주 곤란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자식은 탄생에서 성장까지 어머니의 고통이자 기쁨이다. 사랑 때문이다. 어머니의 사랑이 너무 당연해서 자식은 그것을 알고도 모를 때가 있다. 오래 계속되는 병원의 신음과 어둠 속에서는 어머니의 병고가 어쩐지 번거롭고 난처하기만 한 것이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곤란’이란 말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시인이 표 나게 내보이지 않은 고통과 눈물이, 그 말에 은은히 배어난다.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 박후기(1968~ )
시아침 4/10
엄마가 나를 낳을 때의 고통을
나는 모른다
나를 낳은 후의 기쁨도
나는 모른다
아픈 나를 바라보던
엄마의 고통을 나는 모른다
내가 퇴원해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을 때
울다가 웃던 엄마의 기쁨을 나는 모른다
나는 언제나
엄마의 고통이거나 기쁨이었으나,
시간이 흘러
엄마가 중환자실에 입원했을 때
나는 그것을
아주 곤란한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자식은 탄생에서 성장까지 어머니의 고통이자 기쁨이다. 사랑 때문이다. 어머니의 사랑이 너무 당연해서 자식은 그것을 알고도 모를 때가 있다. 오래 계속되는 병원의 신음과 어둠 속에서는 어머니의 병고가 어쩐지 번거롭고 난처하기만 한 것이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나는 ‘곤란’이란 말을 골똘히 들여다본다. 시인이 표 나게 내보이지 않은 고통과 눈물이, 그 말에 은은히 배어난다.
<이영광 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