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당분간 - 최승자(1952~)

~Wonderful World 2018. 7. 5. 09:49
당분간            
-최승자(1952~ ) 
 
시아침 7/5

시아침 7/5

당분간 강물은 여전히 깊이깊이 흐를 것이다 
당분간 푸른 들판은 여전히 바람에 나부끼고 있을 것이다
당분간 사람들은 각자 각자 잘 살아 있을 것이다
당분간 해도 달도 날마다 뜨고 질 것이다
하늘은 하늘은
이라고 묻는 내 생애도
당분간 편안하게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이 세상 강물은 흘러 들판을 살찌우고 그 곁에서 사람들은 잘 ‘살아 있을’ 것이다. 해와 달도 유구히 뜨고 질 것이다. 뭇 생명과 별들의 움직임은 저 하늘의 뜻인 듯한데 그걸 온전히 알 도리는 없다. '당분간'은 잠시 동안을 말한다. 그것은 짧은 시간이다. 그러나 시인은 수십 만 년 인류사도 수억 년의 자연도 수십 억 년 별들의 시간도 잠깐이라고 말한다. '당분간'은 너무 큰 말, 그래서 무서운 말이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당분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