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마음경(經) 3 - 홍신성(1944~)
~Wonderful World
2018. 7. 17. 08:27
마음경(經) 3
-홍신선(1944~ )
시아침 7/17
사전 약속도 없이 부산 이가(李哥)와 전북의 김가(金哥)들
누구는 동에서 오르고
누구는 서에서 뛰고
누구는 남에서 오르고
누구는 북에서 치달린다
민 대머리 지리산 반야봉이나 월출산 천황봉 정상에 가보면
동서남북에서 제각각 올라온
모두가
모든 일체를 망해먹고
빈손에 허공들이나 쥐고 웅성거린다.
고봉에는 정신성이 있다. 지상의 높은 곳에 더 높은 기운이 내려와 깃드는 느낌. 이것엔 사방에서 올라온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을 건강의 포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힘이 있다. 인생 실패자들 얘기가 아니다. '망해먹고'는 내려놓는다는 뜻이다. 일체의 욕망, 일체의 집착을 잊은 손에 쥐어지는 빛나는 허공. 잠깐의 찬란.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마음경(經) 3
-홍신선(1944~ )
시아침 7/17
사전 약속도 없이 부산 이가(李哥)와 전북의 김가(金哥)들
누구는 동에서 오르고
누구는 서에서 뛰고
누구는 남에서 오르고
누구는 북에서 치달린다
민 대머리 지리산 반야봉이나 월출산 천황봉 정상에 가보면
동서남북에서 제각각 올라온
모두가
모든 일체를 망해먹고
빈손에 허공들이나 쥐고 웅성거린다.
고봉에는 정신성이 있다. 지상의 높은 곳에 더 높은 기운이 내려와 깃드는 느낌. 이것엔 사방에서 올라온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을 건강의 포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힘이 있다. 인생 실패자들 얘기가 아니다. '망해먹고'는 내려놓는다는 뜻이다. 일체의 욕망, 일체의 집착을 잊은 손에 쥐어지는 빛나는 허공. 잠깐의 찬란.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마음경(經)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