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건널목-김용택(1948~ )
~Wonderful World
2018. 7. 31. 08:16
건널목
-김용택(1948~ )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배운 대로 살지 못했다.
늦어도 한참 늦지만,
지내놓고 나서야
그것은 이랬어야 했음을 알았다.
나는 모르는 것이 많다.
다음 발길이 닿을
그곳을 어찌 알겠는가.
그래도 한걸음 딛고
한걸음 나아가 낯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신호를 기다리며
이렇게 건널목에
서 있다.
사춘기가 지나서도 산타클로스는 있다고 친구들과 맞서는 순진한 아이처럼, 우리도 어른들 말씀과 교과서를 믿으며 자랐다. 그러나 어느결에 그것들을 잊어버렸다. 옳음은 현실의 혼란 속에 있다고 여기면서 외려 혼란의 고통을 산다. 한걸음 앞이 안 보일 때 삶은 옛날의 교과서를 떠올리는 일 같다. 건널목에선 멈춰야 한다. 교실에서처럼 참으면서, 다음 한 걸음을 생각해내야 한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김용택(1948~ )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그러나
배운 대로 살지 못했다.
늦어도 한참 늦지만,
지내놓고 나서야
그것은 이랬어야 했음을 알았다.
나는 모르는 것이 많다.
다음 발길이 닿을
그곳을 어찌 알겠는가.
그래도 한걸음 딛고
한걸음 나아가 낯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신호를 기다리며
이렇게 건널목에
서 있다.
사춘기가 지나서도 산타클로스는 있다고 친구들과 맞서는 순진한 아이처럼, 우리도 어른들 말씀과 교과서를 믿으며 자랐다. 그러나 어느결에 그것들을 잊어버렸다. 옳음은 현실의 혼란 속에 있다고 여기면서 외려 혼란의 고통을 산다. 한걸음 앞이 안 보일 때 삶은 옛날의 교과서를 떠올리는 일 같다. 건널목에선 멈춰야 한다. 교실에서처럼 참으면서, 다음 한 걸음을 생각해내야 한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