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소연가(小戀歌) -서정주(1915~2000) 

~Wonderful World 2018. 8. 7. 07:57
소연가(小戀歌)  
 -서정주(1915~2000)  
 


머리에 석남(石南)꽃을 꽂고 
내가 죽으면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너도 죽어서…… 
너 죽는 바람에 
내가 깨어나면 
내 깨는 바람에 


너도 깨어나서…… 
한 서른 해만 더 살아 볼꺼나. 
죽어서도 살아나서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한 서른 해만 더 살아 볼꺼나.  
 
 
시의 배경엔 물론 죽음을 물리친 최항의 연애담이 있다. 설화는 두 사람의 죽음과 부활을 석남꽃의 신비로 설명하고 시는 여기에 '바람'이란 의미를 추가한다. '바람'은 일이 더불어 일어나는 기세를 뜻하는데, 그 속뜻은 놀람이다. 상대의 죽음에 서로 놀라 깨어나 함께 살자는 재미난 상상이다. 한 고교생이 이 시에 곡을 붙여 노래로 불렀다. 이야기와 노래는 늘 인생보다 커서 사람은 떠나고 노래가 여기 남았다. 노래와 사람, 죽음과 삶은 하나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