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단추-김응교(1962~ )
~Wonderful World
2018. 11. 2. 23:50
단추
-김응교(1962~ )
옆 사람이 심하게 졸고 있다.
객차가 흔들릴 때마다 내 어깨에 머리를 박는다.
출근 넥타이를 보니 상가에서 밤 새우고
자부럼 출근하는가 보다.
와이셔츠 단추 하나가 떨어지려는데
꿰매지 못하고 그냥 나왔다.
그나 나나 비슷한 처지라며
작은 단추가 달랑거린다.
가만 어깨 베개 대줬더니
가만 반대편으로 쓰러진다.
반대편 사람이 힐끔 보며 어깨를 대준다.
단추도 우리도 악착같이 붙어 있다.
상가에서 밤샘한 그는 졸고 있고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나는 셔츠 단추가 떨어지려 한다. 단추는 목숨처럼 간당거리지. 목숨은 단추처럼 대롱거리고. 이 아침 그의 고개는 그래도 기댈 데가 있다. 출근길은 피로하지만 세상엔 출근할 곳 없는 사람도 많다. 퇴근할 곳 없는 사람도 늘어가고. 하지만 모두 어떻게든 살아가야겠지. 흔들리고 덜컹대며 이 고단한 세상 끝까지.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단추
-김응교(1962~ )

시아침 10/31
객차가 흔들릴 때마다 내 어깨에 머리를 박는다.
출근 넥타이를 보니 상가에서 밤 새우고
자부럼 출근하는가 보다.
와이셔츠 단추 하나가 떨어지려는데
꿰매지 못하고 그냥 나왔다.
그나 나나 비슷한 처지라며
작은 단추가 달랑거린다.
가만 어깨 베개 대줬더니
가만 반대편으로 쓰러진다.
반대편 사람이 힐끔 보며 어깨를 대준다.
단추도 우리도 악착같이 붙어 있다.
상가에서 밤샘한 그는 졸고 있고 나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나는 셔츠 단추가 떨어지려 한다. 단추는 목숨처럼 간당거리지. 목숨은 단추처럼 대롱거리고. 이 아침 그의 고개는 그래도 기댈 데가 있다. 출근길은 피로하지만 세상엔 출근할 곳 없는 사람도 많다. 퇴근할 곳 없는 사람도 늘어가고. 하지만 모두 어떻게든 살아가야겠지. 흔들리고 덜컹대며 이 고단한 세상 끝까지.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단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