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니, 내가 말야 그놈의 다이어트 좀 해보겠다고
어제 저녁 먹고
남편이랑 배드민턴을 쳤거든?
휴, 공을 어쩜 그렇게 못 받는지
삼십 분 치는데 한 삼십 년은 친 거 같아
살 빼려다
이혼부터 하게 생겼어
살은 왜 빼려 하나. 건강을 위해, 미용을 위해. 또는 배드민턴도 못 치는 남편을 위해. 다 맞다. 그렇다고 다퉈도 되나. 다투다 생긴 신경질을 이렇게 다른 이 앞에 쏟아놓아도 되나. 그러다 정말 이혼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수다 떨어도 된다. 이렇게 발랄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이혼 같은 걸 할 리가 있나. 삼십 년을 산 뒤에는 아마 삼십 분을 산 것 같을 것이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