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란 말인가 문은 감시받고 있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갇혀 있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거리는 차단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도시는 정복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도시는 굶주려 있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무장 해제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밤이 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서로 사랑했는데
구금과 피정복과 무장 해제의 도시 파리에 밤이 왔다. 밤은 감시와 차단과 굶주림과 함께 온다. 이 절망의 시간들을 '어쩌란 말'이냐고 시인은 속절없이 묻는다. 그러나 묻고 있는 사람은 찾고 있는 사람이다. 금지된 밤은 금지된 사랑을 뜻하지만, 지금 없는 희망을 불러오는 건 결국 이 사랑일 것이다. 온갖 재난 속에서도 전쟁의 폐허 위에서도 인간은, 서로 사랑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며, 언젠가 도래할 평화를 꿈꾸고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