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들, 시인들
낮달 -장옥관(1955~ )
~Wonderful World
2019. 3. 26. 23:24
낮달
-장옥관(1955~ )
-장옥관(1955~ )

재취 간 엄마 찾아간 철없는 딸처럼, 시누이 몰래 지전 쥐어주고 콧물 닦아주는 어미처럼
나와서는 안 되는 대낮에
물끄러미 떠 있다
떠올라서는 안 되는 얼굴이, 밝아서 보이지 않는 얼굴이, 있어도 없는 듯 지워져야 할
얼굴이 떠 있다
화장 지워진 채, 마스카라가 번진 채
여우비 그친 하늘에
성긴 눈썹처럼, 종일 달인 국솥에
삐죽이 솟은 흰 뼈처럼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낮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