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1942~ )

별은 1초에 79개씩 사라진다
내 심장은 하루에 10만 번 뛰는데
별은 1초에 79개씩 사라진다
죽을 때 빠져나가는 내 무게는 21그램인데
별은 1초에 79개씩 사라진다
나는 1분에 0.5리터 공기를 마시는데
별은 1초에 79개씩 사라진다
내 심성은 7년마다 한 번씩 바뀌는데
별은 1초에 79개씩 사라진다
나는 하루에 12번 웃는데
별은 1초에 79개씩 사라진다
별은 세상에 마음이 없어 사라지고
세상에 마음이 있어 사람들은 무섭게 모여든다
‘별은 1초에 79개씩 사라진다’는 문장이 여섯 번이나 반복되는데도 반복의 지겨움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나’라는 화자의 현실과 별의 현실이 극명하게 대비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오로지 살기 위해 숨을 쉬고 웃는 ‘나’에 비해 우주의 별은 표표히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별은 별이어서 사라지는 데 두려움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이 속세에 꾸역꾸역 모여들고.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