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꽃 핀 저쪽-최정례(1955~ )
~Wonderful World
2019. 4. 4. 10:52
꽃 핀 저쪽
-최정례(1955~ )
가끔은
나무 뒤에서 사슴이 튀어나오더군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영
튀어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그래도 한 번쯤은 튀어나오지 않겠어요
사슴이 튀어나와 어리둥절했고
그 순간
나도 사슴의 뿔을 뒤집어쓰고 있었다구요
무거운 줄은 몰랐어요
정말로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발화자가 말하고 싶은 말의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다. 말은 반드시 준비된 절차를 통해 밖으로 꺼내지는 게 아니라 무의식을 통해서도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나무 뒤에서 사슴이 튀어나왔다고 무의식적으로 말하고 싶은 마음은 이내 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그렇지만 시인은 그 의식을 물리치고 무의식의 편이 되려고 한다. 그래야만 발화자가 사슴이 되는 참으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정말로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게 나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꽃 핀 저쪽
-최정례(1955~ )

나무 뒤에서 사슴이 튀어나오더군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영
튀어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그래도 한 번쯤은 튀어나오지 않겠어요
사슴이 튀어나와 어리둥절했고
그 순간
나도 사슴의 뿔을 뒤집어쓰고 있었다구요
무거운 줄은 몰랐어요
정말로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요
발화자가 말하고 싶은 말의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다. 말은 반드시 준비된 절차를 통해 밖으로 꺼내지는 게 아니라 무의식을 통해서도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나무 뒤에서 사슴이 튀어나왔다고 무의식적으로 말하고 싶은 마음은 이내 의식의 지배를 받는다. 그렇지만 시인은 그 의식을 물리치고 무의식의 편이 되려고 한다. 그래야만 발화자가 사슴이 되는 참으로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정말로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게 나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꽃 핀 저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