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늙음-최영철(1956~)
~Wonderful World
2019. 4. 4. 10:57
늙음
-최영철(1956~)
늘 그럼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늘 그럼그럼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
늘 그렁 눈에 밟히는 것
늘 그렁 눈가에 맺힌 이슬 같은 것
늘 그걸 넘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
늘 그걸 넘지 않아도 마음이 흡족한 것
늘 거기 지워진 금을 다시 그려 넣는 것
늘 거기 가버린 것들 손꼽아 기다리는 것
늘 그만큼 가득한 것
늘 그만큼 궁금하여 멀리 내다보는 것
늘 그럼그럼
늘 그렁
늙는다는 것은 삶이 쇠퇴하고 하강하는 게 아니라는 걸 시인은 말하고 싶어 한다. 늙는다는 것은 무한한 긍정에 이르고 모든 것이 원만해지는 경지에 다다른다는 것. 대체로 말놀이는 허황된 느낌을 주기 일쑤인데, 시인의 말놀이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시에 깔려 있는 연민의 눈 때문이다. 연민은 가시가 없고 넘치지 않으며 언제나 둥그스름하다. 늘그막에 늘 ‘그럼그럼’ 고개를 끄덕이고 ‘그렁’한 눈으로 세계를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늙음
-최영철(1956~)

늘 그럼그럼 어깨를 토닥여주는 것
늘 그렁 눈에 밟히는 것
늘 그렁 눈가에 맺힌 이슬 같은 것
늘 그걸 넘지 않으려 조심하는 것
늘 그걸 넘지 않아도 마음이 흡족한 것
늘 거기 지워진 금을 다시 그려 넣는 것
늘 거기 가버린 것들 손꼽아 기다리는 것
늘 그만큼 가득한 것
늘 그만큼 궁금하여 멀리 내다보는 것
늘 그럼그럼
늘 그렁
늙는다는 것은 삶이 쇠퇴하고 하강하는 게 아니라는 걸 시인은 말하고 싶어 한다. 늙는다는 것은 무한한 긍정에 이르고 모든 것이 원만해지는 경지에 다다른다는 것. 대체로 말놀이는 허황된 느낌을 주기 일쑤인데, 시인의 말놀이에 우리가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시에 깔려 있는 연민의 눈 때문이다. 연민은 가시가 없고 넘치지 않으며 언제나 둥그스름하다. 늘그막에 늘 ‘그럼그럼’ 고개를 끄덕이고 ‘그렁’한 눈으로 세계를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