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부모-김소월(1902~ 1934)
~Wonderful World
2019. 4. 6. 12:09
부모
-김소월(1902~ 1934)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어머니와 자식이 함께 앉아 밤늦도록 도란거리는 풍경이 정겹고 그윽하다. 아이는 이야기를 먹고 자란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물음이 솟아난다. 어떻게 이 기적이 나에게 왔는가? 태어남과 생의 누림은 기막힌 신비인데, 어머니는 너무도 당연히 눈앞에 앉아 계시다. 그 평범한 신비에 놀라 그는 물음을 거둔다. 훗날 부모가 돼보면 알 터이나 꼭 그래 보지 않아도 훤히 아는 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 몸은 죄다 어머니의 작품인 것을.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부모
-김소월(1902~ 1934)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어머니와 자식이 함께 앉아 밤늦도록 도란거리는 풍경이 정겹고 그윽하다. 아이는 이야기를 먹고 자란다. 그러던 어느 날 이런 물음이 솟아난다. 어떻게 이 기적이 나에게 왔는가? 태어남과 생의 누림은 기막힌 신비인데, 어머니는 너무도 당연히 눈앞에 앉아 계시다. 그 평범한 신비에 놀라 그는 물음을 거둔다. 훗날 부모가 돼보면 알 터이나 꼭 그래 보지 않아도 훤히 아는 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 몸은 죄다 어머니의 작품인 것을.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