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핑 시들...^~

경주 남산 - 정호승(1950~)

~Wonderful World 2022. 1. 7. 13:45

경주 남산 - 정호승(1950~)

 

봄날에 맹인노인들이

경주 남산을 오른다

죽기 전에 

감실 부처님을 꼭 한번 보고 죽어야 한다면서

지팡이를 짚고 남산에 올라

안으로 안으로 바위를 깎아 만든 감실 안에

말없이 앉아 있는 부처님을 바라본다

땀이 흐른다

허리춤에 찬 면수건을 꺼내 목을 닦는다

산새처럼 오순도순 앉아있다가

며느리가 싸준 김밥을 나누어 먹는다

감실 부처님은 빙긋이 웃기만 할 뿐 말이 없다

맹인들도 아무 말이 없다

해가 지기 전에

서둘러 내려 오는 길에

일행 중 가장 나이 많은 맹인 노인이

그 부처님 참 잘생겼다 하고는

캔서아다를 마실 뿐

다들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