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무덤’-엄원태(1955~)
아그베나무 잔가지마다
물방울들 별무리처럼 맺혔다
맺혀 반짝이다가
미풍에도 하염없이 글썽인다
누군가 아그배 밑동을 툭,차면
한꺼번에 쟁강쟁강 소리내며
부스러져 내릴 것만 같다
저 글썽거리는 것들에는
여지없는 유리 우주가 들어있다
나는 저기서 표면장력처럼 널 만났다
하지만 너는
저 가지 끝끝마다 매달려
하염없이 글썽거리고 있다
언제까지고 글썽일 수 밖에 없구나, 너는 하면서
물방울에 가까이 다가가보면
저 안에 이미 알알이
수 많은 내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
생각난다. 비오는 날 나무를 바라보면 가지마다 매달려있는 물방울들이 마치 별처럼 반짝이던 것을, 그것을 툭 차면 와르르 쏟아질 것 같았던 순간을. 그러나 그 글썽이는 별들 안에 수많은 내가 거꾸로 매달려있는 것을 보는 일은 어떤 것일까. 별이 아니라 슬픔이었다고 고통이었다고 물방울별은 말하고 있구나.
<신달자ㆍ시인>
아그베나무 잔가지마다
물방울들 별무리처럼 맺혔다
맺혀 반짝이다가
미풍에도 하염없이 글썽인다
누군가 아그배 밑동을 툭,차면
한꺼번에 쟁강쟁강 소리내며
부스러져 내릴 것만 같다
저 글썽거리는 것들에는
여지없는 유리 우주가 들어있다
나는 저기서 표면장력처럼 널 만났다
하지만 너는
저 가지 끝끝마다 매달려
하염없이 글썽거리고 있다
언제까지고 글썽일 수 밖에 없구나, 너는 하면서
물방울에 가까이 다가가보면
저 안에 이미 알알이
수 많은 내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
생각난다. 비오는 날 나무를 바라보면 가지마다 매달려있는 물방울들이 마치 별처럼 반짝이던 것을, 그것을 툭 차면 와르르 쏟아질 것 같았던 순간을. 그러나 그 글썽이는 별들 안에 수많은 내가 거꾸로 매달려있는 것을 보는 일은 어떤 것일까. 별이 아니라 슬픔이었다고 고통이었다고 물방울별은 말하고 있구나.
<신달자ㆍ시인>
|
2007.10.18 21:19 입력 |
![]() |
![]() |
물방울무덤.txt
0.0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