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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짧아서 아름답다’ -김종해(1941~ )

~Wonderful World 2008. 8. 27. 17:16

‘저녁은 짧아서 아름답다’ -김종해(1941~ )


사라져가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안녕히라고 인사하고 떠나는

저녁은 짧아서 아름답다

그가 돌아가는 하늘이

회중전등처럼 내 발밑을 비춘다

내가 밟고 있는 세상은

작아서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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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을 헤매던 울적한 사람, 발자국을 되짚어 집으로 갑니다. 노을이 생을 바꿔줄 듯 말듯 붉은 입술로 사람의 이름을 핥고, 새가 지나간 자리에는 별이 몸을 풀며 어깨를 굽어봅니다. 이것이 따뜻함이라면 사라져가는 것은 흔적으로 아름다운가요. 안녕히라고 인사하는 사람들 저녁에 섞여, 마지막 짧은 저녁에 섞여 어둠이여, 아름다운가요. 돌아가는 사람들 뒷덜미에 쓸쓸함이 묻어 있거든 생은 그래도 아름답다고 별이여, 말해줄 것이지요. 사라지고, 떠나고, 짧은 것들 저녁에서 밤으로 가면, 작아서 아름다운 내가 밟고 있는 세상은, 적막한 저녁의 자리에 꽃자리를 깝니다. <박주택·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