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숭아’- 이덕규(1961~ )
앞 못 보는 과년한 딸 하나 데리고 뜨내기로 들어와 살던 여자가 죽었네
밤이 되어도 불 밝히지 않는 그 집
텃밭가, 형광물질을 칠한 꽃잎이 밤마다 조용히 빛나고 있었네
누군가 홀린 듯 다가가
그 향기를 맡아보았네, 꽃망울이 툭 떨어지고
꽃진 자리
그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한 여자가
얼굴도 모르는 아이 하나, 낳아 키우네
복숭아는 예로부터 잡귀를 �는 기능을 지니고 있으며, 무릉도원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는 것같이 선경(仙境)으로서의 이상적 세계를 은유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신성한 생명으로서의 장수와 잉태로서의 색정을 의미하기도 한다. 앞 못 보는 과년한 딸 하나를 데리고, 뜨내기로 들어와 살던 여자 죽었네. 밤이 되어도 불을 밝히지 않는 그 집. 꽃잎이 밤마다 조용히 빛나는데, 누군가 은밀하게 다가가 꽃잎을 건드리네. 꽃진 자리. 그 캄캄한 어둠 속에서 개복숭아같이 붉게 익은 여자. 얼굴도 모르는 아이 하나 낳아 키우네. <박주택·시인>
2008.08.30 00:19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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