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다섯 - 이영광 (1965 ~ )
어쩌자고, 사람을 해쳐 쫓기다 깨어난 새벽
오그라든 집은 세상 끝의 은신처거나 감옥이다
살생도 도주도 숨음도 다 이,
땀에 젖은 몸뚱이가 어둔 밤에 저지른 일
변명의 여지가 없는 수감생활이요
깎지 못할 형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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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 권. 너무 좋은 시가 많아 어쩔 줄 모르겠다. 짧은 시 골랐다. 세상 나이와 상관없이 제 삶 다 살아둔 것 같은 생이 있을 것이다. 시인의 많은 시의 표정이 그러했다. 어리든 중간이든 늙었든 한평생 몸 껴입고 목숨 사는 일은 불상사인 것이다. 시에서처럼 꿈에서 사람을 해치고 쫓기는 중죄자의 길, 돌이킬 수 없는 옥죄는 사태인 것이다. 꿈속에서 저지른 살생과 도주는 현실 삶의 광포와 끝없이 도망 중일 뿐인 삶의 노역을 유비한다. 그래서 세상 집, 몸은 죄인의 은신처이며 감옥으로 뒤바뀌게 된다. 암만 어두운 밤, 꿈으로 저지른 일이라도 살생은 살생이어서 변명의 여지가 없고, 형량을 깎아주는 선처를 바랄 수 없다. 꿈 세계 세상살이 다 엄혹한 것이다. 마흔다섯. 하늘 땅 어디에다도 동정을 청해볼 염치가 없는 무서운 시간에 처해졌다는 인식을 뜨겁게 담고 있다. <이진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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