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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근 - 김사인(1956~ )

~Wonderful World 2012. 7. 23. 20:54

박영근 - 김사인(1956~ )

 



너무 무서워서 자꾸만 자꾸만 술을 마시는 것

그렇게 술에 쩔어 손도 발도 얼굴도 나날이 늙은 거미같이 까맣게 타고 말라서 모두 잠든 어느 시간 짚검불처럼 바람에 불려 세상 바깥으로 가고 싶은 것


그 적의 어느 으슥한 밤 쪽으로

선운사 동백 몇 송이도 눈 가리고 떨어졌으리

 
받아주세요 두 손으로 고이

어디 죄짓지 않은 마른 땅 있으면 잠시 쉬어가게 해주세요

젊은 스님의 애잔한 뒤통수와 어린 연둣빛 잎들과 살구꽃 지는 봄밤 같은 것을

어떻게든 견뎌보려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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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날과 다가올 죽음, 빚쟁이처럼 잊지 않고 찾아오는 오늘의 삶 가운데 무엇이 가장 무서웠을까. 모든 것이 다 가장 무서웠을 것이다. 시는 무서움이 술로, 그리고 죽음으로 이어진 사정을 내비친다. 이유는 말하지 않는다. 알면 저렇게 무서우랴. 안다 한들 무섭지 않으랴. 그는 마지막 연에 그려진 대로 애잔하고 여리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했던 것 같다. 쇠약해진 영혼에게 사랑은 자주 견딤이 된다. 그에게 죄다운 죄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벌 받았다고밖에는 말할 도리가 없는 삶을 죄라는 관념을 빌리지 않고 설명할 수 있을까. 세상 떠난 사람의 목소리와 살아서 쓰는 사람의 목소리가 마지막 다섯 줄에서는 잘 구분되지 않는다. 죄 없는 목소리가 있다면 저럴 것이다. 어쩐지 두 분의 시를 한꺼번에 소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영광·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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