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 김사인(1956~ )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였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
이만큼 낮게 엎드려 몸에게 말을 걸어본 적이 있었던가, 마음에게. 모든 것 드러난 그대로 몸에게 마음을 열고 처연히 한 채의 거울이 되어 누워 본 적이 있었던가. 바닥에 누인 몸을 바닥에 누인 마음에 비춰 본 적 있었던가. 애초에 몸도 마음도 넝마인데, 애써 포장하며 우격다짐으로 닦아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 몸에게, 마음에게 가장 미안한 때가 있다.
(장철문·시인·순천대 교수)
노숙 - 김사인(1956~ ).hwp
0.01MB
'좋아하는 노래가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간아 멈춰라 - 다비치 (0) | 2015.09.11 |
---|---|
Deep Purple - Soldier of Fortune Lyrics (0) | 2012.11.17 |
Desperado-이글스 (0) | 2012.10.31 |
이수영-얼마나좋을까 (0) | 2012.03.01 |
사랑 그대로의 사랑 (The love as it is )-유영석 (0) | 2011.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