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건데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다면
김소월(1903~1935)
나는 꿈꾸었노라, 동무들과 내가 가즈란히
벌가의 하루 일을 다 마치고
석양에 마을로 돌아오는 꿈을,
즐거이, 꿈 가운데
그러나 집 잃은 내 몸이여,
바라건데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더면!
이처럼 떠돌으랴, 아침에 저물 손에
새라 새로운 탄식을 얻으면서.
동이랴, 남북이랴,
내 몸은 떠 가나니, 볼지어다,
희망의 반짝임은, 별빛이 아득임은,
물결뿐 떠올라라, 가슴에 팔다리에.
그러나 어쩌면 황송한 이 심정을! 날로 나날이 내 앞에는 자칫 가느른 길이 이어가라. 나는 나아가리라.
한 걸음, 또 한 걸음 보이는 산비탈엔
온 새벽 동무들 저저 혼자......산경을 김 매이는.
보습
[명사] <농업> 쟁기, 극젱이, 가래 따위 농기구의 술바닥에 끼우는, 넓적한 삽 모양의 쇳조각. 농기구에 따라 모양이 조금씩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