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聖) 쓰레기 - 윤효(1956~ )

자기를 버린 사람들에게
자기를 태워
온기로 되돌려 주고는
높다란 굴뚝을 유유히 빠져 나와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늘을 향해 뭉게뭉게 날아오르는
하얀 영혼을 본다.
어둠이 내리면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위로 떠오르는
그 별들을 또한 보게 되리라.
한여름 바닷가로 몰려드는 피서객들을 보면, 새삼 인간이 물을 좋아하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끼를 낳아 기르기 위하여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에 모여드는 철새 떼처럼, 칠팔월에 물가로 떼 지어 몰려드는 사람들은 광복절을 전후하여 일제히 도시로 돌아가면서, 아름다운 바닷가에 엄청난 쓰레기 더미를 남긴다. 인간은 쓰레기를 만드는 동물이라고 정의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불에 태워 버릴 수 있는 쓰레기라면, 성스럽게 사라질 수도 있다. 아무리 땅속 깊이 파묻어도 연기로 사라지지 않는 핵 쓰레기, 바닷속 깊이 가져다 버려도 심해어의 체내에 축적되어 되돌아오는 중금속 쓰레기가 문제다.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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