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성(聖) 쓰레기 - 윤효(1956~ )

~Wonderful World 2014. 7. 17. 00:22

성(聖) 쓰레기 - 윤효(1956~ )

 

자기를 버린 사람들에게

자기를 태워

온기로 되돌려 주고는

높다란 굴뚝을 유유히 빠져 나와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하늘을 향해 뭉게뭉게 날아오르는

하얀 영혼을 본다.


어둠이 내리면

목동 열병합발전소 굴뚝 위로 떠오르는

그 별들을 또한 보게 되리라.


한여름 바닷가로 몰려드는 피서객들을 보면, 새삼 인간이 물을 좋아하는 동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새끼를 낳아 기르기 위하여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에 모여드는 철새 떼처럼, 칠팔월에 물가로 떼 지어 몰려드는 사람들은 광복절을 전후하여 일제히 도시로 돌아가면서, 아름다운 바닷가에 엄청난 쓰레기 더미를 남긴다. 인간은 쓰레기를 만드는 동물이라고 정의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불에 태워 버릴 수 있는 쓰레기라면, 성스럽게 사라질 수도 있다. 아무리 땅속 깊이 파묻어도 연기로 사라지지 않는 핵 쓰레기, 바닷속 깊이 가져다 버려도 심해어의 체내에 축적되어 되돌아오는 중금속 쓰레기가 문제다.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