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권하며 - 이백(701~762)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황하의 저 물 천상에서 내려와
세차게 흘러 바다에 곧 이르면 돌아오지 않음을!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고귀한 집 속 밝은 거울을 대하고 백발을 슬퍼함을!
아침에 푸른 실 같던 머리카락 저녁 되니 어느덧 흰 눈이어라.
인생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때 모름지기 즐길 것이니
황금 술통을 달빛 아래 그대로 두지 말라.
하늘이 이 몸을 낳으셨으매 반드시 쓰일 곳 있음이려니
천금은 다 써 흩어져도 다시 생기는 것.
양을 삶고 소를 잡아 즐길 것이니
한 번에 삼백 잔은 마셔야지. (…)
중국에 낭독 여행을 갔을 때, 그곳 문인들을 만나서 대화도 나누고 식사도 함께했다. 어느 자리에 가도 음식이 푸짐하고 술이 독했다. 알코올 함량 50도를 오르내리는 백주를 나는 도저히 마실 수 없어 실례를 무릅쓰고 소흥주를 따로 주문해 국위를 손상하기도 했다. 이백의 권주가 시편들은 호방하기 이를 데 없어 인구에 널리 회자된다. 한 번에 삼백 잔을 마신다(一飮三百杯), 한 잔 한 잔 또 한 잔 (一杯一杯復一杯) 같은 구절은 애주가들이 요즘도 자주 인용하는 대목이다. 1200여 년 전에 독한 술을 마시며 쓴 이 시가 치명적 간장 질환이 만연하는 21세기까지 이토록 오래 살아남다니!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 - 장석주(1955~ ) (0) | 2014.07.28 |
---|---|
태양이 나에게 그림자를 주었다 - 김명수(1945~ ) (0) | 2014.07.28 |
뒷굽 - 허형만(1945~) (0) | 2014.07.23 |
방문객 - 정현종(1939~ ) (0) | 2014.07.21 |
잃어버린 것과 가져온 것 - 곽효환(1967~ ) (0) | 2014.07.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