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이 안 - 이병률(1967~ )

~Wonderful World 2014. 8. 25. 15:28

이 안 - 이병률(1967~ )

 

 

혹시 이 안에 계시지 않습니까


나는 안에 있다

안에 있지 않느냐는 전화문자에

나는 들킨 사람처럼 몸이 춥다


나는 안에 살고 있다

한시도 바깥인 적 없는 나는

이곳에 있기 위하여

온몸으로 지금까지 온 것인데 (…)


혹시 여기 계신 분이 당신 맞습니까


나는 여기 있으며 안에 있다

안쪽이며 여기인 세계에 붙들려 있다 (…)

삶이 여기에 있으라 했다


몸 밖으로 태어난 생명은 몸 안이 그리워지는 때도 많다. 엄마의 뱃속에 있던 때가 가장 편했다. 바깥세상에는 햇살 눈부신 낮의 세계와 캄캄한 밤의 어둠이 함께 있다. 안으로 다시 들어갈 수 없으므로 억지로 바깥에 적응하면서 평생을 살아간다.

 그래도 안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몸은 밖에서 살지만 마음속에 안의 세계를 간직하기도 한다. 이른바 내면세계이다. 열쇠나 비밀번호나 출입증 없이 자기 혼자서 드나들 수 있는 이 안에 머물며, 때로는 안에서 밖을, 때로는 밖에서 안을 넘겨다보는 사람들도 있다. 시인·작가·심리학자·정신과 의사처럼.

<김광규·시인·한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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