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 마당에 꽃피다 - 김선태(1960~ )

옛집 마당을 숨어서 들여다본다
누군가 빈집을 사들여 마당에 텃밭을 가꾸었나
온갖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울며 맨발로 뛰쳐나왔던 내 발자국 위에
울음꽃 대신 유채꽃 고추꽃 환하다
어머니 아버지 뒤엉켜 나뒹굴던 자리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깨꽃 메밀꽃 어우러졌다
( … )
슬며시 옛집 마당에 들어가 꽃으로 서본다
과거는 현재에 의해 다시 쓰여진다. 상처의 과거가 꽃의 현재로 치환되는 순간, 울음과 싸움이 “유채꽃” “깨꽃”으로 변한다. 과거의 상처가 부끄러워 “숨어서 들여다” 보던 주체가 그 과거로 돌아가 꽃으로 변신하는 순간, 세계는 꽃 천지가 된다. 주체를 바꾸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 꽃의 힘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옛집 마당에 꽃피다
누군가 빈집을 사들여 마당에 텃밭을 가꾸었나
온갖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다
울며 맨발로 뛰쳐나왔던 내 발자국 위에
울음꽃 대신 유채꽃 고추꽃 환하다
어머니 아버지 뒤엉켜 나뒹굴던 자리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깨꽃 메밀꽃 어우러졌다
( … )
슬며시 옛집 마당에 들어가 꽃으로 서본다
과거는 현재에 의해 다시 쓰여진다. 상처의 과거가 꽃의 현재로 치환되는 순간, 울음과 싸움이 “유채꽃” “깨꽃”으로 변한다. 과거의 상처가 부끄러워 “숨어서 들여다” 보던 주체가 그 과거로 돌아가 꽃으로 변신하는 순간, 세계는 꽃 천지가 된다. 주체를 바꾸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것, 꽃의 힘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옛집 마당에 꽃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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