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고요한 연못-마쓰오 바쇼(1644~1694)

~Wonderful World 2016. 5. 10. 12:42

고요한 연못
- 마쓰오 바쇼(1644~1694)

 

기사 이미지

고요한 연못

개구리 뛰어드는

물소리 퐁당



바쇼는 일본의 대표적인 하이쿠(俳句) 시인이고 위 시는 원래 제목이 없다. 하이쿠는 단 17자의 짧은 분량에 삶과 세계와 우주를 담아내는 형식으로 유명하다. 1910년대 중·후반 미국의 이미지즘 시 운동을 주도했던 에즈라 파운드도 하이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지하철역에서’라는 유명한 시도 단 두 행으로 이루어져 있다. 구조주의자들의 발견대로 세계가 이항대립(binary opposition)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세계는 이 대립물 사이의 끝없는 길항(拮抗) 혹은 횡단의 기록이다. “고요한 연못”으로 뛰어드는 개구리는 고요를 비(非)고요로 만드는 행위자다. 그 순간의 “퐁당” 소리는 고요한 세계의 고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개구리에 의해 비고요의 상태로 바뀐 연못은 금세 다시 고요로 돌아갈 것이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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