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대하여
-정현종(1939~)
자연은 왜 위대한가
왜냐하면
그건 우리를 죽여주니까
마음을 일으키고
몸을 되살리며
하여간 우리를
죽여주니까
자연은 왜 위대한가. 이 시는 이렇게 묻고, 자신 있되 궁색한 목소리로 비슷한 대답을 되풀이한다. ‘일으키고’와 ‘되살리는’을 보면 ‘죽여주니까’는 몹시 괴롭힌다는 뜻이 아니라 몹시 흡족하게 해준다는 뜻인 듯하다. 자연의 위대함은 인간의 쇠한 마음과 몸을 살려내는 데 있다. 되살아나는 생명의 난감한 행복감은 죽을 것처럼 좋은 상태이리라. 죽을 것같이 좋은 느낌은 형언할 재간이 없다고 시인은 얼버무린다. 하지만 우리는 벌써 이해했다. 말문이 막힌 데서 고심하다 보면 홀연 시의 말이 태어나는 것이 창작의 경험이다. 여기엔 그 자리에 ‘하여간’이 나타나 있다. ‘하여간’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말이지만, 시적으로는 정확한 말이다. 자연은 왜 위대한가? 하여간… 좌우간, 위대하다. 진실로 좋은 것은 그저 좋은 것이다. 이보다 더 정확할 수는 없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자연에 대하여
-정현종(1939~)

시아침 12/14
왜냐하면
그건 우리를 죽여주니까
마음을 일으키고
몸을 되살리며
하여간 우리를
죽여주니까
자연은 왜 위대한가. 이 시는 이렇게 묻고, 자신 있되 궁색한 목소리로 비슷한 대답을 되풀이한다. ‘일으키고’와 ‘되살리는’을 보면 ‘죽여주니까’는 몹시 괴롭힌다는 뜻이 아니라 몹시 흡족하게 해준다는 뜻인 듯하다. 자연의 위대함은 인간의 쇠한 마음과 몸을 살려내는 데 있다. 되살아나는 생명의 난감한 행복감은 죽을 것처럼 좋은 상태이리라. 죽을 것같이 좋은 느낌은 형언할 재간이 없다고 시인은 얼버무린다. 하지만 우리는 벌써 이해했다. 말문이 막힌 데서 고심하다 보면 홀연 시의 말이 태어나는 것이 창작의 경험이다. 여기엔 그 자리에 ‘하여간’이 나타나 있다. ‘하여간’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말이지만, 시적으로는 정확한 말이다. 자연은 왜 위대한가? 하여간… 좌우간, 위대하다. 진실로 좋은 것은 그저 좋은 것이다. 이보다 더 정확할 수는 없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자연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