義
-옳을 의
-안현미(1972~ )
羊이 있다
我가 있다
我를 羊 아래 두는 일
표의문자를 만들던 옛사람들은
그것을 옳은 일 義라 여겼다
바위가 있다
바보가 있다
바위 아래 그가 있다
병장기 모양을 한 ‘아(我)’ 위에 ‘양(羊)’이 얹힌 ‘옳을 의’자에는 고기를 세심히 썰듯 바르게 사회질서를 확립한다는 뜻이 들어 있다. 이 시는 그걸 슬쩍 비틀어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풀이한다. 본래 날카롭고 예민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모시고 돌보는 건 어려운 일이다. 표정과 태도를 부드럽게 한다 해서 오욕칠정이 사라질 리 없다. 뱃속의 칼을 참고 등에 바위를 지는 바보만이 그 일을 한다. 우리가 누리는 것은 누군가가 베풀기 때문이다. 옳음도 고결함도 다 ‘아래’에 있다. 그걸 어떤 바보는 배워서 알고, 또 어떤 바보는 나면서부터 아는 것 같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옳을 의
-안현미(1972~ )
羊이 있다
我가 있다
我를 羊 아래 두는 일
표의문자를 만들던 옛사람들은
그것을 옳은 일 義라 여겼다
바위가 있다
바보가 있다
바위 아래 그가 있다
병장기 모양을 한 ‘아(我)’ 위에 ‘양(羊)’이 얹힌 ‘옳을 의’자에는 고기를 세심히 썰듯 바르게 사회질서를 확립한다는 뜻이 들어 있다. 이 시는 그걸 슬쩍 비틀어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풀이한다. 본래 날카롭고 예민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모시고 돌보는 건 어려운 일이다. 표정과 태도를 부드럽게 한다 해서 오욕칠정이 사라질 리 없다. 뱃속의 칼을 참고 등에 바위를 지는 바보만이 그 일을 한다. 우리가 누리는 것은 누군가가 베풀기 때문이다. 옳음도 고결함도 다 ‘아래’에 있다. 그걸 어떤 바보는 배워서 알고, 또 어떤 바보는 나면서부터 아는 것 같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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