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김근(1973~ )
그러나 돌의 피를 받아 마시는 것은
언제나 푸른 이끼들뿐이다 그 단단한 피로 인해
그것들은 결국 돌 빛으로 말라 죽는다 비로소
돌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이끼만이 돌을 사랑한다. 그늘진 곳에 사는 미약한 습기에서 이끼의 사랑은 싹튼다. 그래서 그것은 가혹하다. 돌에도 피가 흐르는가 보다. 피가 단단하다니. 그걸 받아 마신다니. 그러나 돌의 피는 사랑의 독이어서 이끼는 죽는다. 푸른빛은 돌 빛으로 마른다. 이 죽음이 사랑의 실패인가. 아닐 것이다. 이끼는 제자리에서 죽음을 타 넘는다. 그래서 돌과 하나가 된다. 사랑 자체가 된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사랑
-김근(1973~ )

시아침 11/27
언제나 푸른 이끼들뿐이다 그 단단한 피로 인해
그것들은 결국 돌 빛으로 말라 죽는다 비로소
돌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이끼만이 돌을 사랑한다. 그늘진 곳에 사는 미약한 습기에서 이끼의 사랑은 싹튼다. 그래서 그것은 가혹하다. 돌에도 피가 흐르는가 보다. 피가 단단하다니. 그걸 받아 마신다니. 그러나 돌의 피는 사랑의 독이어서 이끼는 죽는다. 푸른빛은 돌 빛으로 마른다. 이 죽음이 사랑의 실패인가. 아닐 것이다. 이끼는 제자리에서 죽음을 타 넘는다. 그래서 돌과 하나가 된다. 사랑 자체가 된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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