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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년 겨울-조영일(1944~ )

~Wonderful World 2018. 12. 5. 11:35
신유년 겨울           
-조영일(1944~ )

  
시아침 12/04

시아침 12/04

십이월 중앙선 길은 온통 추위만 남아 
치악을 넘을 때쯤 인적도 수척해지고
칠흑의 어둠 속으로 눈발만 자욱했다.
 
서울을 이기지 못해 돌아선 천 리 먼 길
막소주 한잔에 가려 분함도 흐트러놓고
숨 죽여 우는 산야만 차창을 따라 섰다.
 
 
서울에 모든 게 있다. 다 서울로 간다. 꿈과 기회를 찾아 대를 이어서, 가고 또 간 것이 반세기가 넘었다. 그러나 서울을 못 이겨 돌아선 이들의 세월 또한 그만큼이다. 이 사람은 무엇에 패한 걸까. 무엇을 참는 걸까. 청량리 역두에서 산 소주병을 기울이며 양평, 용문, 원주 지나, 분함 끝에 설움이 솟는 제천 인근까지. 그러나 신유년은 벌써 사십여 년 저편, 흐느낌 잦아든 세월에 시가 오롯이 남았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신유년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