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사랑의 비밀-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

~Wonderful World 2019. 3. 23. 02:33
사랑의 비밀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
  
시아침 11/05


그대 사랑 절대 말하려 애쓰지 말아요.
사랑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
미풍이 불어오듯 조용히,  
보이지 않게 다가오기 때문이지요. 
 
나는 내 사랑을 말해버렸어요.
고백해버렸어요, 온 마음을 다해 
떨면서 차분하게, 무서운 두려움 속에서.
아, 그녀는 떠나버렸어요! 
 
그녀가 떠나자마자
소리 없이, 눈에 보이지 않게
한 나그네가 다가왔어요.
그는 탄식하며 그녀를 데려가버렸지요.
 
  
발설해선 안 될 사랑을 그는 떨며 발설하고 말았다. 그녀는 떠나버렸다! 그리고 소리 없이, 보이지 않게 다가온 나그네가, 이미 떠난 그녀를 다시 데려가 버린다. 나그네는 누굴까. 신인가 사랑 자체인가. 그것은 분명치 않으나 그의 상황은 분명하다. 사람은 가고 사랑은 남았다. 사람 대신 사랑을 사랑해야 하는 괴로움의 시간을 살아내야 한다. 그것이 괴롭기만 할까. 아니, 끝내는 사랑이 그를 구할 것이다.
 
<이영광·시인·고려대 문예창작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사랑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