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사이 -김수복(1953~)

~Wonderful World 2019. 4. 4. 10:58
사이
-김수복(1953~)
 

시아침 11/11


눈을 감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사이가 참 좋다

 
나와 나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나무와 나무 사이
새들과 새들 사이
지는 해와 뜨는 해 사이
 
도착하여야 할 시대의 정거장이 있다면 더 좋다.

 
이것과 저것의 간격을 사이라고 한다. 또한 이것과 저것의 관계도 사이다. 간격이든 관계든 둘 다 거리 조정이 필수적이다. 거리 조정에 실패하면 다툼이 생기고 전쟁이 터지고 사람이 죽는 일도 벌어진다. 사이가 파괴되는 것이다. 마지막 행은 윤동주의 산문 ‘종시(終始)’의 한 구절이다. 정거장은 도착하는 지점이지만 새롭게 떠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이 시에서 시인의 새로운 각오와 도전의 정신을 읽는다. 정거장은 편히 쉬는 곳이 아니다. 천리 길을 시작하는 곳이다.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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