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화살이라면-문정희(1947~)
내가 화살이라면
오직 과녁을 향해
허공을 날고 있는 화살이기를
일찍이 시위를 떠났지만
전율의 순간이 오기 직전
과녁의 키는 더 높이 자라
내가 만약 화살이라면
팽팽한 허공 한가운데를
눈부시게 날고 있음이 전부이기를
금빛 별을 품은 화살촉을 달고
내가 만약 화살이라면
고독의 혈관으로
불꽃을 뚫는 장미이기를
숨 쉬는 한 떨기 육신이기를
길을 알고 가는 이 아무도 없는 길
길을 잃은 자만이 찾을 수 있는
그 길을 지금 날고 있기를
'좋아하는 시들, 시인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알프레드 디 수자(Alfred D souza) (0) | 2019.09.20 |
---|---|
꿈-이생진(1929~) (0) | 2019.09.14 |
시래기-도종환(1954~) (0) | 2019.08.05 |
낮달 -장옥관(1955~ ) (0) | 2019.03.26 |
야간 통행 금지-폴 엘뤼아르(1895~1952) (0) | 2019.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