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시들

보자기의 비유 - 김선우

~Wonderful World 2019. 10. 29. 09:51
보자기의 비유
김선우


처음엔 보자기 한 장이 온전히 내 것으로 왔겠지

자고 놀고 꿈꾸었지 그러면 되었지

학교에 들어가면서 보자기는 조각나기 시작했지

8등분 16등분 24등분 정신없이 갈라지기 시작했지

어느덧 중년-

시간의 보자기를 기우며 사네

조각난 시간들로 조각보를 만들며

시간으 기우는 바늘 끝에 자주 찔리며

지금 없는 과거의 시간을 기우네

미래를 덮지 못하는 처량한 조각보를 기우네



한번 기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지네

그러니 청년이여 우리는

가장 한쪽 심장에 지닌 보자기 하나는

손수건만 하더라도 통째로 가질 것

단풍잎만 하더라도 온전히 통째일 것



온전한 단풍잎 한 장은 광야를 덮을 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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