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정현종(1939~ )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는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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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어 ‘풋기운’이라 발음해 보니 아침이 더 총총히 오네. 싱그럽네. 탱탱하네. 그런 아침에 무슨 운명이 똬리를 틀고 있겠는가. 밤에 무겁게 다가와 아침이면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리는 납덩이 같은 운명의 무게. “없다”라고 말하니 없어지네. 치렁치렁하게 사람 뒤를 따르는 운명. 그렇다 아침에 그것은 없다. 오직 풋기운!
<신달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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