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수선소를 기리는 노래’ - 정현종(1939∼ )
거리에 여기저기 있는
구두 수선소,
거기 앉아 있는 사람은 한결같이
평화롭다.
마음은 넘친다―
바라보아도 좋고
앉아 있어도 좋다.
작아서 그럴 것이다.
낮아서 그럴 것이다.
그것보다 더한 성소(聖所)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비로소
제자리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감사합니다. 비로소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한때는 초라한 이력을 들고 길을 잃었습니다. 한때는 급여명세서가 나의 이력이 되었습니다. 내 몸의 가장 아래에 쓰인 나의 이력. 거기 닳아빠진 문서를 읽기 위해, 오늘은 구두 수선소를 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몸이라는 물컹한 슬픔을 위해 해진 바닥의 성소! 내가 일어섰던 곳은 모두 구두 위였습니다. 아무리 뛰어도 구두 위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 위에서 고향을 만납니다. 무덤처럼 아늑합니다. <신용목·시인>
2009.01.10 00:04 입력
‘구두 수선소를 기리는 노래’ - 정현종(1939∼ ).hwp
‘구두 수선소를 기리는 노래’ - 정현종(1939∼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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