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아파트에서 1’-이원(1968~ )

~Wonderful World 2009. 1. 20. 11:04

‘아파트에서 1’-이원(1968~ )

 


한 남자의 두 손이 한 여자의

양쪽 어깨를 잡더니 앞뒤로

마구 흔들었다 남자의 손이

여자의 살 속으로 쑥쑥 빠졌다

여자가 제 몸 속에 뒤엉켜 있는

철사를 잡아 빼며 울부짖었다

소리소리 질렀다

여자의 몸에서 마르지 않은

시멘트 냄새가 났다

꽃 피고 새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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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파트 밤늦은 놀이터에서 내가 그녀를 흔든 적이 있었는지. 그때 어느 집 불빛 하나가 소리 없이 꺼졌는지. 먼 빛을 털며 낙엽이 시소의 왼편으로 떨어졌는지. 털썩, 그녀가 얼굴을 묻고 울었는지. 단단한 철골과 미장으로 완성되지 못한 구조물? 입주하지 못한 사랑으로 캄캄하던 몸! 그 절망의 소리와 실패의 냄새를,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꽃 피고 새 울고 한 시절이 지났어도, 내 손에 남아 있는 이 시멘트 가루의 기원을! <신용목·시인>

2009.01.20 00:5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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