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덩어리’ - 최정례(1955∼ )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네
골목으로 난 창 아래 그가 서네
바알간 불빛 바라보네
창은
불빛은
처마는 그에게 인사 안 하네
묻지 않네
적막의 시간을
투명한 얼룩이 흐르네
입 속의 웅얼거림
얼어붙네
움직이지 못하네
그는 뚱뚱한 투명한 덩어리네
벙어리네
그가 집으로 돌아왔네
아무도 그가 돌아온 줄 모르네
한 저녁이
녹다 흐르다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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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밖에 서 있었지만 모두들 모른 체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가 걸어온 캄캄한 이녁의 공중과 바닥, 때로 펄펄 끓는 더위와 부서지는 낙하를! 집으로 들일 수 없었다. 한 번 안으면 영원히 무너지고 말 시절! 살아온 모든 저녁을 그렇게 보냈듯, 무심한 듯 돌려세워야 한다. 문득 창을 열면, 살아갈 모든 저녁이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신용목·시인>
2009.01.23 00:37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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