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꽃의 이유 - 마종기(1939 ~ )

~Wonderful World 2010. 5. 10. 00:55

꽃의 이유 - 마종기(1939 ~ )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 보면 어쩔까.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개화와 낙화의 과정을 떨면서 엿본 그 누군가가 꽃나무의 내년을 기약한다 하더라도 내년의 꽃은 올해의 저 꽃이 아니다. 피었다 지는 것으로 꽃

은 저의 한 주기를 완성한다. 그게 꽃의 이름다움이다. 그리하여 되풀이가 없는 우리네 삶은 피고 지는 꽃들 앞에서 아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피고 지는 꽃 시절은 후회와 고통이 서린 사랑의 모습이었다 할지라도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아프게 확인시킨다. 전율과 환희를 가득 품게 한 사랑도 마침내는 이별로써 저를 완결하는가. <김명인·시인>

 

 

꽃의_이유_-_마종기(1939_~_)[1].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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