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 -이성부(1942∼ )
이제 비로소 길이다
가야 할 곳이 어디쯤인지
벅찬 가슴들 열어 당도해야 할 먼 그곳이
어디쯤인지 잘 보이는 길이다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가로막는 벼랑과 비바람에서도
물러설 수 없었던 우리
가도 가도 끝없는 가시덤불 헤치며
찢겨지고 피 흘렸던 우리
이제 비로소 길이다
가는 길 힘겨워 우리 허파 헉헉거려도
가쁜 숨 몰아쉬며 잠시 쳐다보는 우리 하늘
서럽도록 푸른 자유
마음이 먼저 날아가서 산 넘어 축지법!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시작이다. 무한한 당신의 삶이 오늘 아침부터 다시 시작이다. 길들은 무한한 시작의 잎들을 당신의 발 아래 깔아 드리고 있다. 꽃이 최선을 다하여 저기 피어 있듯이, 오늘 아침 꽃들은 제 가슴에서 꺼낸, 지상에서 가장 고운 빛깔의 꽃잎날개로 하늘을 날아오른다. 이 시대에 컴퓨터 자판기도 두들기지 않고, 휴대전화도 오랫동안 꺼놓곤 하는 사람, 산 그림자와 늘 동행하는 산 사나이, 이성부 시인. 당신의 시는 어디서 오느냐는 물음에 그는 대답한다. “산에서든 도시에서든 되도록 많이 걷습니다. 걷는다는 것은 정신적·육체적 자양이 됩니다. “자, 그러면 그동안 닳아져 버린 마음의 배터리들을 충전하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 우리가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는 길, 오늘은 언제나 첫날, 첫 요일, 첫 시각, 첫 차 … 첫첫첫첫. <강은교·시인>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 -이성부(1942∼ ).hwp
0.01MB
'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였으면 좋겠어 - 이태수(1947 ~ )새였으면 좋겠어. 지금의 내가 아니라 (0) | 2010.06.08 |
---|---|
‘성(聖)발바닥’ -김수우(1959 ~ ) (0) | 2010.06.07 |
‘욥의 여행’ - 바드르 샤키르 알사이얍(1926∼ ) (0) | 2010.06.07 |
‘공손한 손’ -고영민(1968∼ ) (0) | 2010.06.07 |
물결 앞에서 - 이시영(1949~ ) (0) | 2010.0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