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도 아닌 것이'-최승호(1954~)
별것도 아닌 것이 나를 움직인다
나는 별게 아니겠지
하면서 별것 아닌 것으로 제쳐버리면
어느새 큰일이 되고 마는
쓸데없는 일인 것 같고 별것 아닌
정말 별것도 아닌 것이 나를 움직인다
아직껏 나는
바보스럽도록 순진하고
멍게처럼 멍청 한 것도 아닐 텐데
나는 죄가 되는 게 아니겠지
하면서 죄 없는 일이라 제쳐버리면
터무니없이 큰 죄가 되고 마는
정말 별것도 아닌 것이 나를 움직인다
나는 곧장 무덤 쪽으로 전진하고 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별게 아니겠지 하면 큰 일이 되고
죄가 아니겠지 하면 큰 죄가 되고
별것도 아닌 것 같은
정말 별것도 아닌 것들은 언제쯤에나
속시원히 나를 풀어줄 속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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