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 -노향림(1942~ )
이 여름 배낭 하나 메고 나서면
출가하듯이 몸 가벼워지네.
한 끼쯤 거르고 차창에 기대다가
버스가 급커브를 돌 때마다 누군가의
어깨에 마구 휩쓸려도 좋네.
해미산 능선을 넘고 또 넘으면
슬금슬금 나타나는 팻말에 고남(古南)땅
그 눈썰미엔 논배미 몇이 기어가고
그 너머엔 안면도
나는 벌써 마음 반짝이는 떨기별이 되네.
꽃지와 바람아래 해수욕장이거나
바다와 바다 사이에 낮게 엎드린 섬이 되네.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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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출가’하고 싶을 때는 없는지? ‘한 끼쯤 거르고 차창에 홀로 기대고 싶은 때’는? 아무렇게나 잡아 탄 버스, ‘버스가 급커브를 돌 때마다 누군가의 어깨에 마구 휩쓸려도 좋은 그런 날, 아마도 여름만이 줄 수 있는 자유리라. 홀로 가벼이, 다만 쉬기 위해, 집을 떠날 수 있는 여름, 또는 가족과 함께 출가해서도 ‘엎드린 섬’이 될 수 있는 여름의 여유, ‘배낭 하나 메고’ 마치 출가라도 하듯이 ‘몸 가볍게’ 나서보라. 거기 당신만의 섬이 있을 것이다. <강은교·시인>
안면도 -노향림(1942~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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