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등학교 동창녀석과 아침겸 점심을 먹으러 친구 차로 삼청동을 가는 길에

~Wonderful World 2010. 8. 28. 22:54

  고등학교 동창녀석과 아침겸 점심을 먹으러 친구 차로 삼청동을 가는 길에 새단장된 광화문을 봤다. 실망이 컸다. 예전에는 고풍스런 멋이 있었는데 세월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화강암 돌들로 인해서다. 예전에는 자세히 보지는 않았지만 그나마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어 눈에 거슬리지는 않았는데... 사진을 찍고있는 사람들도 같은 생각일까...

 

  친구랑 소머리 국밥을 먹고 시청앞에서 난 내려 시청을 지나 청계천 쪽으로 천천히 어슬렁 거리며 가는 중에 글로벌 거리를 지났다. 정사각형의 돌 의자의 사면을 여러 나라 국기와 Wellcome!!의 각 나라 인사말을 그 나라 언어와 한국어 발음을 그려 놨다. 세 번을 반복해서 천천히 걸으며 따라 읽어봤다. 같은 스페인어권인 브라질과 멕시코는 인사말이 같다. 스위스,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는 틀리다. 터어키도 있고 프랑스, 태국,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도 있다. 일본과 중국등 십 몇 개국의 의자옆면에 당신들을 환영한다며 반겨주고 있다. 어제 신문에 교보문고가 새 단장을 했다 길래 한 번 가 보려다 차라리 영풍이 나을 것 같아 영풍문고를 향해 걸었다. 청계천이 시작되는 동아일보 사옥 앞 청계폭포 근처에는 살람들로 붐볐다.

  종로를 바라보며 걷는데 하늘의 구름들이 무척 고왔다. 무어라 형언키 어려울 만큼... 청계천을 찍고 있는 젊은 미국 청년을 불러 세워 우리나라의 가을 하늘 자랑을 하고 다시 좀 걷다가 꼭 보고 싶은 책이 없어 영풍문고를 그냥 지나쳐서 길 건너의(장애인이 주인인 몇 안되는) 노점에 들러 담배와 캔 커피를 샀다. 그는 여전히 무뚝뚝하고 불친절했다. 좀 밝았으면 좋을텐데 말이다. 사는 게 힘들어서일까?

 

 종각 앞에서는 옛 포졸 복장들이 줄지어 걷고 스피커에서는 여자가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다. 사람들로 붐빌 것 같아 보신각 뒷길을 택했다. 예전에 종로서적 다닐 적에 가끔 들러 모닝커피에 샌드위치까지 제공되던 커피숖은 고깃집으로 바뀌었다. 옛 종로서적 자리에는 여러 간판들로 빽빽하다. 3년 전쯤에 와 봤을 때는 행정학원이 거의 다 점령하고 있었는데 그 간판은 보이지도 않는다. 피아노거리는 없어졌다. 거리 초입에 노숙자가 곤히 자고 있다. 부럽다. 나도 언제쯤이면세상사 다 버리고 자유로울 수 있을까 생각하며 거리에 접어들었는데 피오노 거리가 아니다. 피아노건반들이 다 없어졌다. 몇 년 전에도 여전했던 엘지텔레콤은 여전히 길거리에 새 핸드폰을 가게 앞에 진열장을 펼치고 젊은 친구들이 호객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연유를 물었더니 작년에 서울시에서 새 단장을 하고 '젊음의 거리'로 개명해서 대로변의 노점들을 그 거리로 다 입주시켰다고 한다. 대로변 노점상들로 지나다니기가 엄청 불편했는데 그거 하나는 잘 됐다고 서로 맞장구를 치고 나는 다시 청계천로로 접어들었다.

 

  청계천으로 내려갔다. 다리 밑에서 중학교 일학년쯤을 보이는 아이 서넛이 다리를 걷어 부치고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나는 건너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담배를 한대 피워물었다. 순간 물에 종이배를 만들어 한 번 띄워보고 싶어졌다. 만들려니 전혀 만드는 법을 몰라 건너편 아이들에게 소리질렀다. 종이배 만들 줄 아는 얘 있냐고. 일행으로 보이는 또 다른 아이들은 게임기로 개임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한 두 아이가 만들 줄 안다 길래 나도 반바지를 좀 걷어 부치고 건너갔다. 재대로 잘 배웠다. 남양주에서 온 아이들이었다. 학원차로 운전기사가 인솔해서 놀러들 왔단다. 음료수라도 대접하려했더니 거절했다. 그들과 해어져 명동으로 발길을 돌렸다.

 

  중앙극장 뒷길로 해서 명동길로 접어들었는데 명동성당 근처는 사람들로 붐볐다. 로얄호텔도 붐볐다. 결혼시즌이 시작된 것이다. 로얄호텔에서 볼일을 보고 나와 다시 명동성당 앞을 지나 중앙극장으로 갔다. 아니 중앙시네마로 갔다. 문이 잠겼다. 올 5월 31일자로 망했단다. 내 그럴 줄 알았다. 대중영화보다는 독립영화 예술영화 위주로만 상영하더니 결국 망한 것이다. 그 좋은 시설에 자리는 많은데 객석은 텅텅 빈 채 텅텅 빈 채 영사기가 돌아가는 모습이 떠올랐다. 극소수의 매니아들만이 찾는 영화를 대형 극장에서 주로 상영했으니 망할 밖에. 이미 선점되었고 매니아들과 영화학도들은 더 이상 늘지 않을 테니까. 그 자리에 대형서점이나 차리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난 빈 가게만 보이면 저 자리에 서점이 들어서면 어떨까 늘 생각한다. 시계를 봤더니 세 시가 넘었다. 집에 가는 버스가 근처라 좋았다. 내 지금 사는 동네가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교통이 편한 건 너무 맘에 든다.

 

고등학교 동창녀석과 아침겸 점심을 먹으러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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