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들, 시인들

공터의 사랑-허수경(1964~)

~Wonderful World 2010. 8. 31. 10:27

공터의 사랑-허수경(1964~)

 

 

한참 동안 그대로 있었다

썩었는가 사랑아

 

사랑은 나를 버리고 그대에게로 간다

사랑은 그대를 버리고 세월로 간다

 

잊혀진 상처의 늙은 자리는 환하다

환하고 아프다

 

환하고 아픈 자리로 가리라

앓는 꿈이 다시 세월을 얻을 때

 

공터에 뜬 무지개가

세월 속에 다시 아플 때

 

몸 얻지 못한 마음의 입술이

어느 풀잎자리를 더듬으며

말 얻지 못한 꿈을 더듬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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