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시가 있는 아침

‘취급주의 요하는 질그릇으로의 사람’ 부분 - 정재분 (1954~ )

~Wonderful World 2010. 9. 5. 09:26

‘취급주의 요하는 질그릇으로의 사람’ 부분 - 정재분 (1954~ )

 

내 안에서 거대한 폭풍이 일어나

나 자신과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삼킬 지경이라면

아들아! 잠시 도망하라

책 속으로 잠입하든지 여행을 떠나든지

영화를 내리 몇 편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만용을 부리는 몸을 고달프게 하여

무모에서 벗어나고 자신과 거리를 두어

타인에게 하듯 예의 바르게 대하라 

生의 秘意를

간파했다면 슬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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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의 비의? 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 이전과 이후가 다르게 기억되는 순간이 있다. 나에게는 ‘시간의 흐름’이었다. 시간이 정지해 있지 않고 움직이는 것을 본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얼어붙은 아이들을 보아줄 일이다. 얼어붙은 아이들에게 다가가 “잠시 도망”가라고 속삭여줄 일이다. “책”을 권하든지 “여행”을 권하든지 “영화 (…) 몇 편”을 권하든지 할 일이다. “자신과 거리를 두어/ 타인에게 하듯 예의 바르게 대하라”고 말해줄 일이다. 무엇보다 ‘얼지 마, 죽지 마, 부활할 거야’라고 말해줄 일이다. <박찬일·시인>
2008.11.04 00:38 입력 / 2008.11.04 00:38 수정